배가 아팠다. 동시에 머리가 찢어졌다. 눈을 뜨면 어느덧 익숙해진 창밖 풍경이 보인다. 같은 아파트 다른 동의 건물. 그 너머로 평일이면 아이들의 소리가 넘어오는 초등학교. 가깝게는 티셔츠며 바지며 널어놓은 빨래들. 어젯밤에 무사히 민정의 집에 도착한 모양이다. 도착한 기억은 없지만 말이다. 머리가 지끈거려 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방 밖으로 소음이 들려왔...
사무실 문을 채 다 열기도 전에 민정은 왼쪽 손목을 기울였다. 언제나 차고 다니는 데이터뱅크 시계가 알려준 시각은 오전 8시였다. 평소보다 크게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사실 매일이 거의 일정했다. PR체크(Preflight Inspection)를 하고 오늘의 첫 비행을 떠나는 항공기를 배웅 후 퇴근을 위해 사무실로 돌아오면 대부분이 이시간이었다....
가끔 그런 질문을 듣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헤어졌는데 제가 평생 이만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이 몰라요.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정답 세글자를 15편으로 늘려 '환승은 내리고 타세요' 를 썼습니다. 지구력이 좋지 못해 5편 이상 넘어가면 완결을 잘 못내는데, 이번에도 함께 달려주시고 댓글로 기꺼이 과몰입해주신 분들 덕...
민정의 목소리는 맑았다. - 뭐하고 있었어요? 아? 지금 서울이 몇 시지? 답을 알려주기도 전에 정적이 흐른다. 잠시 뒤 스스로 정답을 찾아낸 민정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시무룩한 목소리를 냈다. - 아 이런... 새벽이구나. 혹시 내가 자는걸 깨웠어요? 새벽 두시 십이분에 살고있는 지민은 그냥 웃었다. 오후 일곱시 십이분의 민정에게 가볍게 대답했다. "괜찮...
Episode 13. 끝과 끝을 이으면 134.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진 민정은 새하얀 이불 시트 위에 덩그러니 앉아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했다. 아침을 만들어 먹을까. 아니면 옅게 남은 잠을 긁어모아 좀 더 눈을 붙일까. 그러다 민정이 하기로 결정한 것은 산책이었다. 모자를 대충 눌러 쓰고 현관문을 잘 눌러닫고 길을 나섰다. 조금 더 일찍 깼다면 일출을 볼...
그런 말이 있다. 누군가를 완전히 잊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사람과 사귄 기간의 절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어떤 사람에게는 저주로 들릴테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암담함으로 받아들여질 그 말이 한 때의 민정에게는 행운의 부적과도 같았다. 2년 반. 딱 그만큼만 버티면 된다는 말일 테니까. 시간이 약이라는 무책임하지만 틀림없는 말 한마디에만 기대면 된다...
"화난 눈치셨죠?" 민정을 돌아보며 지민이 물었다. 민정이 힐끔 지민을 쳐다본다. 캄캄한 차 안인데도 한 눈에 들어오는 또렷한 얼굴. 가라앉은 눈썹. 삐죽 내밀어 솟아오른 아랫입술. 은근히 소심한 구석이 있네. 학교 다닐때 교무실 문앞에서 선생님한테 혼나면 어떡하냐고 호들갑 제일 많이 떨었을거 같아. 스치듯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민정을 알 리 없는 지민...
Episode 11. 심연 110. 오늘 재밌었어요. 항상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그리고... 미안해요. 마음을 받아주지 못해서. 그리고... 미안해요. 나는 역시 안 되겠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승현이와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그래서 우린 친구로도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그리고... 밤새 뜬눈으로 천장을 ...
Episode 10. 원하고 원망하죠 94. 기묘한 침묵이었다. 아무도 소리내어 말을 하지 않는데, 눈은 세상 바빴다. 각자 생각이 많아 머릿속이 와글와글한게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모두를 지켜보는게 익숙한 지민은 그게 오히려 시끄럽게 느껴져 머리가 울렸다. 마음 같아선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시선의 절반이 지민에게 붙어있으니 그럴 수 없다. 지...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